읽고 싶은 시

널 위해서 시가 쓰여질 때 / 조병화

윤소천 2016. 9. 5. 02:58


널 위해서 시가 쓰여질 때




널 위해 시가 쓰여질 때

난 행복했다.


네 어둠을 비칠 수 있는 말이 탄생하여

그게 시의 개울이 되어 흘러 내릴 때

난 행복했다.


널 생각하다가 네 말이 될 수 있는

그 말과 만나

그게 가득히 꽃이 되어 아름다운

시의 들판이 될 때

난 행복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너와 나의 하늘이

널 생각하는 말로 가득히 차서

그게 반짝이는 넓은 별밤이 될 때

난 행복했다.


행복을 모르는 내가

그 행복을 네게서 발견하여

어린애처럼 널 부르는 그 목소리가 바람이 되어

기류(氣流) 가득히 네게 전달이 될 때

난 행복했다.


아, 그와 같이 언제나

먼 네가 항상 내 곁에 있는 생각으로

그날 그날을 적절히 보낼 때

공허(空虛)처럼

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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