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 / 이해인

윤소천 2016. 10. 8. 19:46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달려오는가

함께 있을 땐 잊고 있다가도

멀리 떠나고 나면

다시 그리워지는 바람


처음 듣는 황홀한 음악처럼

나뭇잎을 스쳐가다

내 작은 방

유리창을 두드리는

서늘한 눈매의 바람


여름 내내 끊어오르던

내 마음을 식히며

이제 바람은

흰 옷 입고 문을 여는 내게

박하내음 가득한 언어를

풀어내려 하네


나의 약점까지도 이해하는

오랜 친구처럼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더 넓어지라고 하네


사소한 일들은 훌훌 털어버리고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

더 맑게, 크게

웃으라고 하네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인 (詩 人) / 김광균  (0) 2016.10.23
꽃을 보려고 / 정호승  (0) 2016.10.18
사 랑 / 정호승  (0) 2016.09.27
침 묵 / 이해인  (0) 2016.09.19
평 화 / 김남조  (0) 2016.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