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고 요 / 서정주

윤소천 2016. 3. 16. 08:05



고        요

 


 

 

 

이 고요 속에

눈물만 가지고 앉았던 이는

이 고요 다 보지 못하였네.

 

이 고요 속에

이슥한 삼경의 시름

지니고 누웠던 이도

이 고요 다 보지는 못하였네.

 

눈물,

이슥한 삼경의 시름,

그것들은

고요의 그늘에 깔리는

한낱 혼곤한 꿈일 뿐,

 

이 꿈에서 아조 깨어난 이가

비로소

만길 물 깊이의

 

벼락의

향기의

꽃새벽의

옹달샘 속 금동아줄을

타고 올라오면서

임 마중 가는 만세 만세를

침묵으로 부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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