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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22. 굉장히

윤소천 2014. 5. 19. 06:12

이 말은 '어마어마하게 넓고 큼'을 뜻하는 굉(宏)과 '크고 훌륭함'을 뜻하는 장(壯)이 모여서 된 그림씨 '굉장하다'에서 나온 어찌씨로, "남산탑 꼭대기에서 바라보이는 서울의 규모가 굉장히 넓고 크다" "굉장히 넓고 아름다운 금강산"처럼 쓰기에 알맞은 말인데, 요즘 많은 이들이 입 안에 녹음해 둔 듯이, 과장할 데나 아닐 데나 막 내뱉아서 국어의 품위를 떨어뜨린다. 

다음 보깃글들은 어느날 <한국방송> '6시 내고향'과 <교육방송>에 나온 아나운서와 교사들이 한 말인데, 화살표 쪽과 같이 고쳐 써야 한다.

*'굉장히' 단 복숭아를 출하하게 돼서 '굉장히' 기쁘다고 하십니다. => 매우, 무척, 아주. 몹시, 대단히.

*닭요리는 '굉장히'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주.

*할아버님, '굉장히 건강하시네요'  => 참 건강하시군요. 

*이 실험기구 '굉장히' 간단합니다. => 아주. 

*치어(稚魚)가 '굉장히' 작군요. => 참, 무척, 아주. 

*난장이들의 키가 '굉장히' 작네요. => 아주, 무척, 정말. 작군요. 

이 밖에도 '따뜻하다, 덥다, 시원하다, 춥다, 부럽다, 자유롭다, 인자하다, 신기하다, 예쁘다, 밉다' 들처럼 '굉장히'와 어울릴 수 없는 온갖 그림씨에 얹어 쓰는데, 이런 현상이 젊은 아나운서나 교사들만이 아니고, 방송에 나오는 배움이 높다는 이들도 마찬가지여서 국어를 못쓰게 만들고, 사람들의 논리성과 비판력을 죽인다.

출처 : 무등수필문학회
글쓴이 : 김선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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