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들도 잠시 걸음을 멈춘
계단 위로 한 발 오르면
천 년 말들이 다 가라앉은 듯
고요 섬뜩하다
한 번은 오를 참이었다
망설이고 머뭇거리던 세상 소음들
단번에 털고
무겁게 한 발 더 오르면
벽이었던
허공이었던 거기
처음 열리는 문고리들이
지긋이 떨리며 밝은 빛을 열어 보인다
한 번은 지상의 관계를 놓아버리고
오르고 싶었던 정상
태초의 산이
태초의 강과 바다가
태어난 알몸의 몸으로 살아가는
쉿 !
눈으로도 말하지 마
사람의 기척으로도 사라지고 마는
저 귀 멍멍한 높이에서
말의 그림자까지 완연 지우고
다시 한 발 오르면
내가 태어나기 전의 풀들 반짝이고
어디에도 열리는 문이 있어
그 문 너머 옷 입지 않은
아담과 이브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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