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침묵의 계단 / 신달자

윤소천 2014. 4. 10. 05:22

 

 

 

                             

 

구름들도 잠시 걸음을 멈춘

계단 위로 한 발 오르면

천 년 말들이 다 가라앉은 듯

고요 섬뜩하다


한 번은 오를 참이었다

망설이고 머뭇거리던 세상 소음들

단번에 털고

무겁게 한 발 더 오르면

벽이었던

허공이었던 거기

처음 열리는 문고리들이

지긋이 떨리며 밝은 빛을 열어 보인다


한 번은 지상의 관계를 놓아버리고

오르고 싶었던 정상

태초의 산이

태초의 강과 바다가

태어난 알몸의 몸으로 살아가는

쉿 !

눈으로도 말하지 마


사람의 기척으로도 사라지고 마는

저 귀 멍멍한 높이에서

말의 그림자까지 완연 지우고

다시 한 발 오르면

내가 태어나기 전의 풀들 반짝이고

어디에도 열리는 문이 있어

그 문 너머 옷 입지 않은

아담과 이브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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