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를 뽑으며
잡념을 뽑으며
긴 여름날 땀을 흘렸다
진실의 칼을 갈아
허위의 여름을 베어 버리고
잡초의 흉계(凶計)를 베어버리고
한 발씩 긴 비애의 숙근(宿根)을
뿌리째 뽑아내고
빈자리에
평화의 마른 흙을 갈아 덮었더니
겨울이 어느새 먼저 들어와
땀으로 젖은 땅을 점거(占據)하고
불모의 암석(巖石)을 깔아 버렸다
긴 여름날 땀 흘려 뽑아낸
잡초의 뿌리
이름 모를 비애며 사랑 기타
자고 새면 길로 자라 해를 가리던
질기고 악센 잡초의 뿌리
늘 한 줌씩 피 묻은 살점이 묻어 있더니
그게 바로 내 뜰의 꽃이었음을
살과 피의 집이었음을
겨울이 와서야 내가 알았다
빈 뜰을 쓸어가는 바람을 보고야
그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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