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간다
날마다 날마다 걸어서 간다
걸어서 밖에는 갈 수 없는 길
싫어도 가야하는 태어난 자의 숙명의 길
길도 없는 길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서 간다
가는 길이 어딘지 어디서 끝나는지
알 수 없고 알아도 소용없는
멀고도 아득한 팔십년의 길
잠자는 시간에도 꿈을 꾸면서도
유예없이 떠밀리고 끌려서 간다
이제는 남은 산하 얼마나 되는지
그 길엔 가나안 땅도 샬롬의 우물도
약속이 없는
꽃소식도 새소리도 끊긴 지 오래인
모헨조다로의 황량한 기원전 벌판을
걸으며 지척대며 나는 아직도 꿈을 꾼다
봄 들의 노오란 민들레 꽃 한 송이
잔잔히 피어서 순식간에 하얗게 사위어
아무도 모르게 깃털 같은 홀씨로
호르르 호를 나르는 꿈을
이 세상 아름다운 마지막 비상을
창공에 그리며
날마다 아픈 다리 절뚝이며 걸어서 간다
연꽃 같은 꿈 한 송이 하늘에 그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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