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 찮 다
소식이 없어도 잘 있다는 걸 안다
지금이라도 나에게 전화를 하고 싶겠지
삶이 오줌 누고 고추 볼 새 없겠지만
언뜻언뜻 전화기를 잡았다 놨다 하겠지
하고 싶은 전화를 오래 못하는 것은
죄 지은 게 있어서가 아니라
혼자 면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그거 야속타는 생각도 불쑥 들지만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내가 먼저
시치미를 딱 떼고 전화해도 되는 것이지만
꾹 참고 나의 인내심을 시험중이야
바람은 바람대로 거기 잘 있고
나무는 나무대로 여기 잘 있으면 그만이지만
세월은 새처럼 떼지어 날아가고
바람과 나무 사이 나무와 바람 사이를 잇는
인연의 문짝이 틀어지고 있는 건 아닌가?
틀어져 삐걱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나뭇잎 잔바람에 수런거리고 있지만
그건 기우야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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