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靜)과 동(動)
팔당(八堂)과 양평(楊平) 사이
후미진 강기슭 빈 조각뱃전에
한켠엔 내가 앉고
한켠엔 노처(老妻)가 앉아
바람도 없이 출렁이는 강물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생각에 잠겨있다.
지금 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바로 그제 백만의 신도가 모인 여의도(汝矣島)
그 찬란한 가설제단에 앉으셨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몇 달 전 여성잡지에서 뵈온
가야산(伽倻山) 바위위에 앉으신 성철(性徹) 종정과의
두 모습,
한 분은 인파(人波)의 그 환성 속에 계시고
한 분은 자연의 그 적막 속에 계시나
두 모습 그대로가 진실임을 의심할 바 없거늘
과연 이 대조(對照)는 무엇을 뜻함인가?
한 분이 행하시는 인위(人爲)의 극진(極盡) 속에도
한 분이 행하시는 무위(無爲)의 극치(極致) 속에도
신비가 감기기는 매한가지어늘
과연 이 부동(不同)은 무엇을 말함인가?
저 두 분의 모습이 다 함께
진리의 체현(體現)임에 다를 바 없으니
유무상통(有無相通)의 소식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저녁노을과 함께 숨을 죽이듯
잔잔해진 강물을 바라보며
노부처(老夫妻)는 하염없는 생각에 잠겨
일어설 줄을 모른다.
* 팔당(八堂)과 양평(楊平): 한강 상류의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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