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상 앞에서
은방울꽃에서는
성모의 냄새가 난다.
지구의(地球儀) 위에 또아리를 틀고 엎드려
당신의 그 고운 맨발에 깔린 뱀은
괴롭기는커녕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갸우뚱 졸고 있다.
푸른 보리 비린내를 풍기고
지나가는 봄바람이
당신의 흰 옷자락과 남빛 띠를
살짝 날리고 있고
흰 수건을 쓰고 우러르는
당신의 눈빛엔 한(恨)이 담겨 있다.
이 나라 청자(靑瓷)의 하늘을 넘어
저 깊은 허무의 바다도 넘어
당신의 명주(明紬) 가슴에다
칠고(七苦)의 생채기를 내고 간
아들, 예수의 나라가
예서도 보이는가?
루르드 바위 그늘에
무릎을 꿇어 합장한
오월의 오후!
만물의 숨결이 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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