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성모상 앞에서 / 구 상

윤소천 2014. 11. 4. 20:18

 

 

 

성모상 앞에서

 

 

 


 

은방울꽃에서는

성모의 냄새가 난다.

   

지구의(地球儀) 위에 또아리를 틀고 엎드려

당신의 그 고운 맨발에 깔린 뱀은

괴롭기는커녕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갸우뚱 졸고 있다.

   

푸른 보리 비린내를 풍기고

지나가는 봄바람이

당신의 흰 옷자락과 남빛 띠를

살짝 날리고 있고

흰 수건을 쓰고 우러르는

당신의 눈빛엔 한(恨)이 담겨 있다.

   

이 나라 청자(靑瓷)의 하늘을 넘어

저 깊은 허무의 바다도 넘어

당신의 명주(明紬) 가슴에다

칠고(七苦)의 생채기를 내고 간

아들, 예수의 나라가

예서도 보이는가?

   

루르드 바위 그늘에

무릎을 꿇어 합장한

오월의 오후!

만물의 숨결이 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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