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수 치(羞恥) / 구 상

윤소천 2014. 10. 26. 07:24

 

 

수치(羞恥)

 

   

 


   

창경원(昌慶苑)

철책(鐵柵)과 철망(鐵網) 속을 기웃거리며

부끄러움을 아는

동물을 찾고 있다.

   

여보, 원정(園丁)!

행여나 원숭이의

그 빨간 엉덩짝에

무슨 조짐이라도 없소?

   

혹시는 곰의 연신 핥는

발바닥에나

물개의 수염에나

아니면 잉꼬 암놈 부리에나

무슨 징후라도 없소?

   

이 도성(都城) 시민에게선

이미 퇴화(退化)된

부끄러움을

동물원에 와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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