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윤소천 2025. 2. 28. 20:57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 서, 남,북으로

틔어 있는 골목마다

수국색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ㅡ무슨 일을 하고 싶다

ㅡ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ㅡ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