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그 해 겨울 / 윤삼현

윤소천 2024. 12. 28. 19:08

 

생을 말리고

삭풍에 내던저져

벼랑 끝에 발 딛은 채

떨면서 떨지 않아야했던

내 젊은 날

견딤의 눈송이를

기억한다

 

아득히 시간의 강을 건너

지금 내 영토에

다시 눈발이 치고

맨살로 겨울숲에 서서

안단테의 영혼을 적신다

 

아무렴 그 해

겨울만 하겠는가

순정을 다 바쳐

숨결 하나까지

바스라져

하얗게 비워낸

내 불멸의 프레스토

 

공포와 축포를

번갈아 쏘아대고

가슴에 음각되던 흔적들이

시인줄도 모르고

빛과 어둠

층층이 쌓인

들판의 눈을 

허기진 입에 털어넣고

기적처럼 버텨온

그 겨울의 나무 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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