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말리고
삭풍에 내던저져
벼랑 끝에 발 딛은 채
떨면서 떨지 않아야했던
내 젊은 날
견딤의 눈송이를
기억한다
아득히 시간의 강을 건너
지금 내 영토에
다시 눈발이 치고
맨살로 겨울숲에 서서
안단테의 영혼을 적신다
아무렴 그 해
겨울만 하겠는가
순정을 다 바쳐
숨결 하나까지
바스라져
하얗게 비워낸
내 불멸의 프레스토
공포와 축포를
번갈아 쏘아대고
가슴에 음각되던 흔적들이
시인줄도 모르고
빛과 어둠
층층이 쌓인
들판의 눈을
허기진 입에 털어넣고
기적처럼 버텨온
그 겨울의 나무 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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