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 그루 키우기 위해
낮이면 들판에서 논흙과 살고
밤이면 짚 일로 새벽닭 홰치는 소리 들었네
나무 자랄 때까지 허리끈 졸라매며
묵숨 물 대어 주고
퇴비 삭여 영양분 뿌려 주면서
잡풀 한 뿌리 한 뿌리 뽑아내 키웠네
그 나무 잘 자라
청그림자 드리우고 열매 싱그러운데
시원한 그늘 한 번 앉아 보지 못하고
열매 한 알 혀끝에 대보지 못한 채
바람서리 가득 서린 그 분,
노을 등에 지고 어느 산골 넘었는가
나무만 외로이 서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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