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길을 버리고 갔을까
나무그늘 아래 빈 의자
침묵이 먼지와 섞여 반짝이고
길 건너 아파트 창문이 예고없이 닫힌다
새들은 콕! 콕! 날아간 벗들을
허공에서 호명하고
예민해진 꽃잎이 슬쩍 지는 사이
저녁이 노을빛 물방울에 젖어
휘청거린다
자세한 소리를 들을 수 없고
멈추어야 할 곳을 그냥 지나친다
이 저녁에 길을 잃었다
제 자리 걸음으로
제 몸 속을 열고 나온 달팽이
길을 가다 물결처럼 구겨진다
울음의 마디를 세는 당신의 생
종착역은 어디일까
뿌리까지 보이는 길은 없으므로
한 시절 두리번거리며
눈이 아픈 바람 속이라도
길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가면
낮은 지붕아래 불빛을 만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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