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일까, 최초의 그 사람은
산악의 염소나 따 먹던 빨간 열매를
커피로 붂아내 오늘 인류의 만남 가운데
그윽한 향기로 놓아준 사람은
누구일까, 최초의 그 사람은
들짐승이나 씹어 먹던 억센 풀을 길러
오늘 김 오르는 쌀밥으로 구수한 빵으로
식탁 위에 올려 놓아준 사람은
누구일까, 최초의 그 사람은
땅바닥에 떨어져 썩어가던 과실을 빚어
오늘 붉은 술잔을 부딪혀 가슴을 데우며
미소 짓고 노래하게 한 사람은
누구일까, 최초의 그 사람은
나를 이토록 떨림으로 뒤흔드는
시와 노래와 그림과 춤과 기도와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낳아준 사람은
누구일까, 최초의 그 사람은
산맥과 광야와 사막과 설원을
헛디딘 발걸음으로 구르고 헤매며
오늘 너에게로 가는 길을 내어준 사람은
누구일까, 최초의 그 사람은
금기된 미지의 것을 향해 첫발을 내딛어
삶의 영토와 인간의 지경을 넓혀준
최초의 패배자, 그 고독했던 사람은
누구일까, 오늘 여기의 그대가
불가능한 이상을 품고 다른 길을 여는
최초의 그 사람이 될지, 누가 아는가
지금 감히 누가 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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