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야 너는 아느냐
벼 줄기가 부르튼 발 물에 담그고
쏟아지는 뙤약볕 모진 비바람 속
진국 다 빨려 이삭 하나 키워 낸다는 것을,
때론 헉헉 숨 막히는 가뭄 속에서
발바닥 쩍쩍 가라지고 손가락 타오르면서도
물 한 방울 찾아 발가락 굳은 땅속 파 들어가는 것을,
이삭이 익어 가면 멍애처럼 무거워 무거워서
조용히 모개 꺽고 휘어 내리는 것을
가슬이 끝나면 알곡 다 털리고
상흔처럼 이삭 자국만 녹슨 훈장으로 간직한 채
세월의 주름살같이 메말라버린 지푸라기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지금은
이엉되어 우리 집 초가지붕 포근히 덮어 주는데
어릴 적 "한 알의 밥톨에 뼈 빠진 땀
얼마나 담긴 줄 아냐 이눔들아 한 톨도 버려선 안돼!"
타이르신 말씀 오늘도 십계명처럼 목구멍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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