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섬진강 / 전원범

윤소천 2022. 4. 1. 10:02

 

 

 

몇 생을 지나오면서 나눈 사연이기에

저리도 간절한 강이 되었는가

밤물결 더욱 세어서 감당하기 어려운

사랑도 증오도 기쁨도 슬픔도 모두 흐르는 것

내 강가에 와 서면

수줍은 듯 소리를 낮추고

긴긴 이야기만 반짝이고 있구나

누군들 푸른 강 하나

간직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삶의 굽이굽이에 놓이는 설움도

설움의 마디마디에 젖어오는 눈물도

다 풀어져 내리고 있으니

우리네 여윈 잠을 가로 질러와서

침묵으로 흐르는 물살

그립고 그리워도 되돌아오지 못하고

차갑게 깨어나 홀로 길을 가고 있는

강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