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파도는 / 오세영

윤소천 2021. 7. 11. 12:06

 

 

간단없이 밀려드는 파도는

해안에 부딪혀 스러짐이 좋은 것이다.

아무 미련없이

산산히 무너져 제자리로 돌아가는

최후가 좋은 것이다.

 

파도는 

해안에 부딪혀 흰 포말로 돌아감이 좋은 것이다.

그를 위해 소중히 지켜온

자신이 지닌 모든 것들을 후회 없이 갖다 바치는

그 최선이 좋은 것이다.

 

파도는 

해안에 부딪혀 고고하게 부르짖는 외침이 좋은 것이다.

오랜 세월 가슴에 품었던 한마디 말을

확실히 고백할 수 있는 그 결단의 순간이 좋은 것이다.

 

아, 간단없이 밀려드는 파도는

거친 대양을 넘어서, 사나운 해협을 넘어서 드디어

해안에 도달하는 그 행적이 좋은 것이다.

스러져 수평으로 돌아가는 그 한생이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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