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마지막 공부 / 홍윤숙

윤소천 2021. 6. 21. 09:52

 

 

무거운 몸 함께 갈 수 없어

자리에 눕혀 놓고

마음 홀로 문을 나서면

동서남북 캄캄한 밤

길도 없는 하늘에 별 하나 뜰까

 

어린 왕자사는 별은

어디쯤일까

몸을 떠난 혼은 그때

어떤 마음으로 어느 산굽이 돌며

지척일까

 

한 생애 무거운 살 벗어놓고

고통의 뼈도 내려놓고

가볍게 가볍게 깃털 하나로

약속된 시간 지체 없이 돌아가는

귀향의 길

 

마침내 알리라

나를 세상에 보내신 분의 뜻을

그리고 눈뜨고 귀 열리리라

삶은 끝없이 꾸는 꿈이고

죽음은 비로소 깨어나는 현실임을

 

그날을 위해 날마다

은사시나무 가지 끝에 부는 바람

가슴으로 새기며

남모르는 마지막 공부에

밤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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