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오 월 / 나태주

윤소천 2020. 5. 25. 13:58

 

 

벙그는 목련꽃송이 속에는

아, 아, 아, 아프게 벙그는 목련꽃송이 속에는

어느 핸가 가을 어스름

내가 버린 우뢰 소리 잠들어 있고

아, 아, 아, 굴뚝 모퉁이 서서 듣던

흰 구름 엉켜드는 아픈 소리

깃들어 있고

천년 전에 이 꽃의 전신을 보시던 이,

내게 하시던 말씀도 스며서 있다.

 

당신이 천년 전에 생겨나든지

제가 천년 후에 생겨나든지

둘중 하나가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시무룩히 고개 숙인 옆얼굴까지 속눈썹까지

겹으로 으슥히 스며서 있다.

그늘 아래 샘물도 스며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