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수필

참 아름다운 사랑 / 최원현

윤소천 2019. 10. 22. 19:19

 

 

 

 

헌혈을 했다. 건강한 몸을 갖고 있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손 쉬운 방법 중 하나가 헌혈이라고 생각하여 일 년에 서너 번

정도 헌혈을 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헌혈인구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한다. 건강한 내 피를 생명의 피로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아파서 치료를 위해 병상에 누워있음이 아니라 헌혈을 하기 위해

누워 있는 것은 심적으로도 많은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헌데 지금 내 팔의 혈관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이 피에는

여러 성분이 있는데 이 성분들의 하는 일이 또 나를 감동케 한다.

그들이 하는 일은 참으로 놀라웠다.

 

우리 몸에 있는 혈액 속에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혈장이라는 성분들이 있다. 그런데 그 중 백혈구는 우리 몸 안으로

병균 같은 침입자가 들어오면 그 침입자를 없애는 일을 한다.

헌데 백혈구가 침입자를 없애는 방법이 아주 독특하다. 아주 강력한

방법도, 절대 무력도 쓰지 않는다. 그렇다고 특별한 성분으로

죽이는 것도 아니다. 백혈구가 쓰는 방법은 침입다가 들어오면 달려

나가 그를 품에 안아버리는 것인데 그렇게 오랫동안 꼬옥 품에

 안고 있으면 침입자는 백혈구의 품 안에서 그냥 녹아버린다고 한다.

그가 흉한 모습이건, 냄새나는 것이건 가리지 않는다.

품으로 감싸안아 주기만 하는 것이다. 바로 사랑이다.

 

적혈구도 마찬가지다. 적혈구는 골수에서 태어나 폐로

가서 산소를 받아들임으로 자란다. 우리 몸 안의 기관은 모두 산소를

얻어야만 살 수 있다. 산소가 곧 생명줄인 것이다. 그런데 적혈구는

이런 생명의 산소를 넉넉하게 가지고 다니다가 산소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자기 것은 조금도 남기지 않은 채 모두 다 줘 버린단다.

그렇게 나흘쯤 살다가 비장이란 곳에 가서 조용히 생을 마친다.

백혈구와 적혈구의 삶을 통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인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백혈구나 적혈구의 삶처럼은 못 되어도

어느만큼은 따라갈 수도 있을텐데 아예 그런 것은 생각지도 않고

되려 내 몫만을 챙기기에 급급해 있지는 않은가?

 

우리 몸의 지극히 작은 세포 하나도 자기만을 위해 사는 친구는

하나도 없단다. 백혈구의 사랑은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싸주는 사랑이요,

적혈구의 사랑은 모든 것을 나누어주는 사랑인 것처럼 우리 몸 속

아주 작은 부분 부분까지도 이러한 헌신적인 사랑들이 있기에 우리가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란다. 결국 우리 사회가 건강한

 우리의 몸처럼 되려면 바로 내가 백혈구의 사랑, 적혈구와 같은 사랑을

베풀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사랑이 넘치는 온유한 사람을 만나면

마음도 기뻐지고 반가워 언제까지고 함께 있고 싶어지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일 것이다. 사랑은 줄 것을 줄줄 알고, 내가 가진 소중한

것을 아낌없이 나눌 줄 아는 마음이 우선될 때만 가능할 것이다.

내면적 아름다움이야말로 내가 만들어 가는 아름다움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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