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풀꽃과 더불어 / 구 상

윤소천 2019. 8. 26. 08:31

 

 

 


아파트 베란다

난초가 죽고 난 화분에

잡초가 제풀에 돋아서

흰 고물 같은 꽃을 피웠다.

 

저 미미한 풀 한 포기가

영혼 속의 이 시간을 차지하여

무한 속의 이 공간을 차지하여

한 떨기 꽃을 피웠다는 사실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기하기 그지없다.

 

하기사 나란 존재가 역시

영혼 속의 이 공간을 차지하며

무한 속의 이 공간을 차지하며

저 풀꽃과 마주한다는 사실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오묘하기 그지없다.

 

곰곰 그 일들을 생각하다 나는

그만 나란 존재에서 벗어나

그 풀꽃과 더불어

 

영원과 무한의 한 표현으로

영원과 무한의 한 부분으로

영원과 무한의 한 사랑으로

 

이제 여기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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