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푸른 넝쿨들은
늙은 정정한 나무를 감으며
더 높은 하늘을 만져보기 위하여
위으로 위으로 손을 뻗쳐 기어오르고,
골짜구니 샘물 넘쳐 흘러,
언젠가 꿈꾸던
먼 망망한 바다의 아침의 해후를 위하여
낮은 데로 낮은 데로 지즐대며 내려간다.
나래 고운 새들은
오늘의 사랑과
어쩌지 못할 슬픔과 즐거움을 감추지 못해
가지에서 잔가지로 날으며 울고,
습습한 그늘
나무와 그늘과 나무 그늘 푸섶에선,
달팽이는 이제야 뿔을 쭝겨
그 무거운 짐을 지고 느즈막한 여행길에 오르고,
배암은 그늘에 숨어 사래쳐 도사리고,
누군가 저주하고 혀를 갈라 날름대고,
달변을 연습하고 독의 꽃을 마련한다.
양지쪽 다람쥐는
그 저지른 스스로의 잘못을
꾸며서 가리우기 위하여 알랑달랑 바쁘고,
풀버러지는, 풀버러지는,
낮에도 밤에도 다만
가늘고 선량한 노래의 선율을 울릴 뿐이다.
숲은,
밤에 찬란히 이는 머리 위 하늘의
별들이 내려주는 촉촉한 이슬에
지혜가 늘고.
갑자기 때로 불어치는
바람과 비바람과 폭풍과 번개불의 시련에
의지가 굳는다.
숲은, 모든 것을 포용하고, 쓰다듬어 애무하며,
숲은 늘 위로 들어 소망하고
고개 숙여 명상한다.
무릎 끓어 기도한다.
언제나 먼
푸른 바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총총하고 장엄한,
별이 박힌 하늘에로 푸른 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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