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탕 자 / 오세영

윤소천 2018. 8. 5. 10:13


탕     자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날은 저물고,

인적은 끊기고

물결은 무심히 철썩이는데

아득히 반짝이는 강 건너

등불,

여어이, 여어이,

부르는 목소리는 쉬어 있는데,

강둑엔 메아리만 돌아오는데

어느 별이 불렀을까.

푸드득

어둠 속을 날아가는 물새 한 마리.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하늘엔 싸락눈만 흩뿌리는데,

갈대밭은 눈보라에 울고 있는데

돌아보면 세상은

자작 마른 가지 끝의 빈

까치집.

뗏목 한 척 찾기 힘든 생의 한 강변을,

숲과 굴헝을 헤치며 내 여기 찾아왔다.

눈, 비에 적시며 내 여기 왔다.


당신께 용서 빌러 돌아가는 길.

후회하며

당신께 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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