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숨어 있는 것들은 아름답다 / 신경림

윤소천 2018. 6. 6. 13:02


숨어 있는 것들은 아름답다







숨어 있는 것들은 아름답다.

들리지 않아 아름답고 보이지 않아 아름답다.

소란스러운 장바닥에서도 아름답고,

한적한 산골 번잡한 도시에서도 아름답다.


보이지 않은 데서 힘을 더하고,

들리지 않은 데서 꿈을 보태면서, 그러나

드러나는 순간.


숨어있는 것들은 아름다움을 잃는다.

처음 드러나 흉터는 더 흉해 보이고

비로소 보여 얼룩은 더 추해 보인다.

힘도 잃고 꿈도 잃는다.


숨어 있는 것들은 아름답다.

보이지 않은 데서 힘을 더하고

들리지 않은 데서 꿈을 보태면서,

숨어 있을 때만, 숨어 있는 것들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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