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사랑의 침묵 / 도종환

윤소천 2017. 12. 10. 17:19

 

 

꽃들에게 내 아픔 숨기고 싶네

내 슬픔 알게 되면 꽃들도 울 테니까

얼음이 녹고 다시 봄은 찾아와

강물이 내게 부드럽게 말 걸어올 때도

내 슬픔 강물에게 말하지 않겠네

 

강물이 듣고 나면 나보다 더 아파하며

눈물로 온 들을 적시며 갈 테니까

겨울이 끝나고 북서풍 물러갈 무렵엔

우리 사랑 끝나야 하는 이유를

나는 바람에게도 말하지 않겠네

 

이제 막 눈을 뜨는 햇살에게도

삶이 왜 괴로움인지 말하지 않겠네

이제 막 눈을 뜨는 햇살에게도

삶이 왜 괴로움인지 말하지 않겠네

새 떼들이 돌아오고 들꽃 잠에서 깨어나도

아직은 아직은 말하지 않겠네

 

떠나는 사람 붙잡을 수 없는 진짜 이유를

꽃들이 듣고 나면 나보다 더 슬퍼하며

아름다운 꽃잎 일찍 떨구고 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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