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겨울나무 / 이해인

윤소천 2017. 12. 18. 17:22

 

 

 

 

흰 눈 내리는 날

밤새 깨어 있던 겨울나무 한 그루

창을 열고 들어와 내게 말하네

 

맑게 살려면

가끔은 울어야 하지만

외롭다는 말은 함부로 내뱉지 말라고

 

사랑하는 일에도

자주 마음이 닫히고

꽁해지는 나에게

나보다 나이 많은 나무가 또 말하네

 

하늘을 보려면 마음을 넓혀야지

별을 보려면 희망도 높여야지

 

이름 없는 슬픔의 병으로

퉁퉁 부어 있는 나에게

어느새 연인이 된 나무는

자기도 춥고 아프면서

나를 위로하네

 

흰 눈 속에 내 죄를 묻고

모든 것을 용서해 주겠다고

나의 나무는 또 말하네

참을성이 너무 많아

나를 주눅들게 하는

겨울나무 한 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