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가을엔 / 조병화

윤소천 2017. 11. 8. 19:12


가을엔




가을엔 우리 고개 숙입시다.

맑게 비워낸 경건한 마음으로

가을엔 우리 서로 고개 숙입시다.


높아가는 가을하늘이 두고 가는

이 무거운 사랑.

그 무거운 사랑을 이어받아

고운 마음으로, 고운마음으로

깊이 간직하면서

그 소중함을 가득히

가을엔 우리 서로 고개 숙입시다.


기도와 같은 순결한 마음을 깨워

우주 만물에 감사를 하며

더욱 익어가는 사랑을 뜨겁게 안고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수가 없어 떠나는 것들에게

눈물로, 눈물로 작별을 하면서

남은 것들끼리 슬픔을 서로 나누어 가며

우리도 언젠가는 떠날 그날을 준비하면서


가을엔, 그 가을엔

우리 서로 고개 숙여

서로 곁에 있다는 걸 감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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