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고독의 끝 / 김현승

윤소천 2017. 10. 21. 10:25


고독의 끝




거기서

나는

옷을 벗는다.


모든 황혼이 다시는

나를 물들이지 않는

곳에서.


나는 끝나면서

나의 처음까지도 알게 된다.


신은 무한히 넘치어

내 작은 눈에는 들일 수 없고

나는 너무 잘아서

신의 눈엔 끝내 보이지 않았다.


무덤에 잠깐 들렀다가

내게 숨막혀

바람도 따르지 않는

곳으로 떠나면서


내가 할 일은

거기서 영혼의 옷마저 벗어 버린다.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엔 / 조병화  (0) 2017.11.08
들길에 서서 / 신석정  (0) 2017.10.29
고독을 위한 의자 / 이해인  (0) 2017.10.15
달빛 기도 / 이해인  (0) 2017.10.03
가을 바람 / 이해인  (0) 2017.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