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소박한 기도 / 김남조

윤소천 2017. 9. 13. 12:29


소박한 기도




이 뜨거운 염원을 아륄

어질고 명민한 기도의 말을

알게 하옵소서


산다는 건

뼈저리게 존귀한 사실

번민하고 애쓰는 일이나

외로운 병석에서 홀로 우는 일도

모두 아름다웠다고 만

아뢰고 싶습니다


솔로몬의 영화보다

들에 핀 한 송이 백합을 더 높이신

당신의 선함과 아름다우심이

저의 가슴에서도

솟아나게 하옵소서


절해(絶海)의 밤의 항해(航海)를 위해

물안개 젖은 등대의 불빛은

켜 있듯이

훌륭한 음악과 불멸의 시(詩)와

마법 가은 예술을 낳은 이들의

지복(至福)한 영혼의 교환(交換)과

그들을 가르친 신비로운 자연(自然)


그리고

이들 모든 것 위에 계옵신

당신의 안배(按排)를 찬미케 하옵소서

전쟁을 격어 본 평화의 가치

잃어버린 것에 겨누는

작은 소유의 순박한 감사

이것들을 가꾸어 주옵소서

이것들이 무성케 하사

저마다의 눈매가

어여쁘게 하옵소서


맑은 하늘에 걸린

커다란 기구(氣球)와도 같은 탄력있는 기쁨을

품고 살기 원이옵니다


이 뜨거운 염원을 아륄

어질고 명민한 기도의 말을

알게 하옵소서


하지만 보다 바라옵는 건

바라옴이 잠자는 겸허한 충족의

침묵이옵니다


신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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