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수필

찰스 램 / 피천득

윤소천 2016. 5. 6. 04:12

 

 

  

 

나는 위대한 인물들에게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나와의

유사성이 너무나 없기 때문인가 보다. 나는 그저 평범하되 정서가

섬세한 사람을 좋아한다. 동정을 주는 데 인색하지 않고

작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곧잘 수줍어하고 겁 많은 사람,

순진한 사람, 아련한 애수와 미소 같은 유머를 지닌

그런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찰스 램 (Charles Lamb, 1775-1834)은 중키보다

좀 작고 눈이 맑고 말을 더듬었다. 술을 잘하고, 담배를 많이 피우고,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였다. 그는 남에게서 정중하게

대접받는 것을 싫어하였고 자기를 뽐내는 일이 없었다. 그는

역경에서도 인생을 아름답게 보려 하였다. 램은 두뇌가 총명하고

가세가 넉넉지 못한 집 아이들이 가는 유명한 자선학교

크라이스트 호스피털에서 7년간 수학을 하였다. 그 후 그렇게도

가고 싶은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잠깐 남해상사를

거쳐 1792년 동인도회사에 취직하여 1825년까지

삼십여 년 회계사무원 노릇을 하였다.

 

그는 불행하였다. 발작적 정신병을 앓는 누님을

보호하면서 일생을 독신으로 지냈다. 그는 두 번 여성에게

매력을 느낀 일이 있다. 그 중의 한 여성은

<꿈속의 아이들-환상>나오는 엘리스이다. 꿈속의 아이들은

응석도 부리고 애교도 떨다가 매정하게도 이런 말을 하고

사라져버린다. “우리들은 엘리스의 아이가 아닙니다. 당신의

아이도 아닙니다. 아예 아이가 아닙니다.우리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할 것조차 없습니다.

꿈입니다. 엘리스의 아이들은 버트람을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버트람은 엘리스가 결혼한 사람이다. 또 한 사건은

그가 마흔네 살이 되고 연 육백 파운드 봉급을 받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 페니

케리에게 청혼을 하였다. 그리고 즉시 상냥하고 정중한 답을

받았다. “저의 애정은 이미 다른 분에게 가 있습니다.”

이리하여 그의 작은 로맨스는 하루에 끝이 났다.

 

그는 오래된 책, 그리고 옛날 작가를 사랑하였다.

그림을 사랑하고 도자기를 사랑하였다. 작은 사치를 사랑하였다.

그는 여자를 존중히 여겼다. 그의 수필 <현대에 있어서의

여성에 대한 예의>에 나타난 찬양은 영문학에서도 매우 드문

예라 하겠다. 그는 자기 아이는 없으면서 모든 아이들을

사랑하였다. 어린 굴뚝 소제부들도 사랑하였다. 그들이 웃을

때면 램도 같이 웃었다. 그는 일생을 런던에서 살았고,

그 도시가 주는 모든 문화적 혜택을 탐구하였다. 런던은 그의

대학이었다. 그러나 그는 런던의 상업면을 싫어하였다.

 

정치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자기 학교, 자기 회사, 극장,

배우들, 거지들, 뒷골목 술집, 책사, 이런 것들의 작은 얘기를

끝없는 로맨스로 엮은 것이 그의 <엘리야 수필>들이다.

그는 램()이라는 자기 이름을 향하여 나의 행동이 너를

부끄럽게 하지 않기를. 나의 고운 이름이여라고 하였다.

그는 양과 같이 순결한 사람이었다.

 

'읽고 싶은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두 얼굴 / 윤 학  (0) 2016.07.18
오 월 / 피천득  (0) 2016.05.14
도라지꽃 / 손광성  (0) 2016.04.19
빗소리 / 김수봉  (0) 2016.04.03
오십 프랑과의 대화 / 최은정  (0) 2016.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