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늦 가 을 / 도종환

윤소천 2015. 11. 17. 09:48

 

늦  가  을

 

 

 

 

 

 

가을엔 모두들 제 빛깔로 깊어갑니다

가을엔 모두들 제 빛깔로 아름답습니다

지금 푸른 나무들은 겨울 지나 봄 여름 사철 푸르고

가장 짙은 빛깔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선 나무들도

모두들 당당한 모습으로 산을 이루며 있습니다

목숨을 풀어 빛을 밝히는 억새풀 있어

들판도 비로소 가을입니다

피고 지고 피고 져도 또 다시 태어나 살아야 할 이땅

이토록 아름다운 강산 차마 이대로 두고 갈 수 없어

갈라진 이대로 둔 채 낙엽 한 장의 모습으로 사라져 갈 순 없어

목이 타는 늦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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