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꽃 씨 / 문병란

윤소천 2015. 10. 9. 08:14

 

 

꽃       씨

 

 

 

 

 

 

가을날

빈손으로 받아든 작은 꽃씨 한 알 !

 

그 숱한 잎이며 꽃이며

찬란한 빛깔이 사라진 다음

오직 한 알의 작은 꽃씨 속에 모여든 가을

 

빛나는 여름의 오후

핏빛 꽃들의 몸부림이며

뜨거운 노을의 입김에 여물어

하나의 무게로 만져지는 것일까

 

비애의 껍질을 모아 불태워 버리면

갑자기 뜰이 넓어가는 가을날

내 마음 어느 깊이에서도

고이 여물어 가는 빛나는 외로움 !

 

오늘은 한 알의 꽃씨를 골라

기인 기다림의 창변(窓邊)

화려한 어젯날의 대화(對話)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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