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고독의 끝 / 김현승

윤소천 2015. 10. 3. 19:19

 

 

 고독의 끝

 

 

 

 

 

 

거기서

나는

옷을 벗는다

 

모든 황혼이 다시는

나를 물들이지 않는

곳에서

 

나는 끝나면서

나의 처음까지를 알게 된다

 

신은 무한히 넘치어

내 작은 눈에는 들일 수 없고

 

나는 너무 잘아서

신의 눈에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

 

무덤에 잠간 들렀다가

내가 숨막혀

바람도 따르지 않는

곳으로 떠나면서

 

내가 할 일은

거기서 영혼의 옷마져 벗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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