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등 뒤에서 날마다 똑똑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다
하루...... 또...... 하루......
그날이오면
"물 위에 이름 석 자 쓰고 쓰다가"*
한 생애 꾸던 꿈 비로소 깨어 일어나리라
서성대는 문 밖에 시간의 막차 당도해 있고
어디선가 날카로운 출발의 호각 소리
금시라도 천지를 울릴 것 같은
일몰의 막막한 생의 간이역
언제나 몸보다 마음이 먼저 일어나
쓰러지는 육신 애써 추슬러 세워 왔다
날마다 내리치는 채찍에
뭉그러진 살
마침내 더는 일어서지 못하고 무릎 꿇으면
마음도 피 흘리며
망연히 쓰러진 육신을 굽어보리라
사제가 베푸는 종부성사에 길을 잡고
살아서 지은 영욕의 십자가 땅 위에 내려놓고
하늘이 보낸 천사의 손을 잡고
광야의 별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등 뒤에 떠오르는 하얗게 지워지는 대형화면
돌아보며 돌아보며
이로써 내 생애 후회는 없다고 말하리라
물 위에 이름 석 자 쓰고 쓰다가
한 생애 꾸던 꿈 말갛게 깨어 일어나는 날
너는 이승의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비로소 알리라
마음이 몸을 두고 떠나는 날에......
* 한 생애를 집약할 수 있는 말, 한평생 죽도록 쓰고 생각하며 찾아온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이 이미 180년 전 영국의 시인 존 키츠가 그의 묘비명에 남긴 말이라고
한다. 무지와 어리석음과 실망에 자탄했지만 그래도 이 말은 내가 깨달아 얻은
나의 말이라는오기로 버릴 수 없어 그대로 쓰기로 했다. 존 키츠는 1795년에 태어나
1821년 결핵으로 요절한 시인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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