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길 / 허문정

윤소천 2015. 1. 26. 15:18

 

 

 

 

 

 

 

 

하루 일에 지친 차들이

길가에 엎드려

눈을 붙이고 있다

길이 없다면 저 노숙자들은

어디로 가야했을까

   

길은 벼랑까지 가 보아

끝이라고 여긴 곳이 끝이 아님을 알기에

펄펄 끓는 차의 심장을 녹여주며

고단한 손을 잡아준다

 

가난한 사람들이 내몰리고

늘 밟히기만 해

밟히는 자들의 마음을 잘 아는 길

그 길 위에서

우리는 편안하다

 

도시의 변두리

굽은 허리 자갈자갈 앓는 길

   

어느 날 문득

길들이 몸져누우면

우리는 저 많은 차들을 끌고 어디로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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