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사랑을 잃은 그대에게 / 도종환

윤소천 2014. 12. 18. 06:55

 

   

사랑을 잃은 그대에게

 

 

  

 

이제까지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필요로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했고 곁에 있었습니다

저녁노을의 그 끝으로 낙엽이 지는 것을 바라보고 서 있는

당신의 그림자 곁에 서서

사랑하고 미워하는 일이 바람 같은 것임을

저는 생각합니다

웃옷을 벗어 어깨위에 걸치듯

견딜 수 없는 무거움을 벗어 바람 속에 걸치고

어두워오는 들 끝을 걸어가는 당신의 뒷모습을

저는 끝까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랑을 잃은 그대여

당신 곁에 있던 그 많은 사람들이

지금 당신 곁에 없어도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별빛 하나쯤은 늘 사랑하는 이의

머리위에 떠있듯

늦게까지 저도 당신의 어디쯤엔가 떠 있습니다

더 늦게까지 당신을 사랑하면서

비로소 나도 당신으로 인해 깊어져 감을 느낍니다

모든 이들이 떠난 뒤에도 저는 당신을 조용히 사랑합니다

가장 늦게까지 곁에 있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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