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길
당신이 없다면 별도 흐린 이 밤을
내 어이 홀로 갑니까
눈보라가 지나가다 멈추고 다시 달려드는 이 길을
당신이 없다면 내 어찌 홀로 갑니까
가야 할 아득히 먼 길 앞에 서서
발끝부터 번져오는 기진한 육신을 끌고
유리알처럼 미끄러운 이 길을 걷다가 지쳐 쓰러져도
당신과 함께라면 이 세상 끝까지 가기로 한
이 길을 함께 가지 않으면 어이 갑니까
스쳐 지나가는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이 함께 있어서 내가 갑니다
치는 눈보라 속에서도 당신이 그 눈발을 벗겨주어
눈물이 소금이 되어 다시는 얼어붙지 않는 이 길
당신과 함께라면 바람과도 가는 길
당신과 함께라면 빗줄기와도 가는 길
이 세상 구석구석에서 혼미하여 딩굴다가도
머리칼에 붙은 눈싸락만도 못한 것들 툭툭 털어버리고
당신이 항상 함께 있으므로 오늘 이렇게 나도 갑니다
눈보라 치다가 그치고 다시 퍼붓는 이 길을
당신이 있어서 지금은 홀로도 갑니다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 도종환 (0) | 2014.12.22 |
---|---|
사랑을 잃은 그대에게 / 도종환 (0) | 2014.12.18 |
등불과 바람 / 강은교 (0) | 2014.12.11 |
따뜻함 / 강은교 (0) | 2014.12.08 |
꽃 / 서정주 (0) | 2014.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