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너희는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되리라 (사도행전:1,8)’
개신교에서‘나의 증인이 된다’는 말은‘복음을 전한다’는
뜻으로 풀이 되죠. 이 말은 해외 선교사들이 두고두고 가슴에 새기는
구절입니다. 그래서 이슬람권이든, 아프리카 오지든 몸을
사리지 않고 달려갑니다. 최근에 만난 한 목사님은“선교사들에게
이 구절은 선교에 관한 절대적 지침”이라고 설명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궁굼합니다.‘땅끝’의 의미가 과연 뭘까.
사도행전을 쓸 때는 어땠을까. 당시에는 땅이 어떻게 생겼다고 봤을까.
네모였을까. 아니면 동그라미였을까. 그리고 당시 사람들이
봤던‘땅끝’은 과연 어느 나라. 어느 지방쯤이었을까.
하느님은 세상을 창조하실 때 완전하게 만드셨죠.
무엇하나 보탤 것도, 무엇하나 뺄 것도 없이 온전하게 만드셨죠.
들판의 나무, 길가의 돌,그 위를 지나는 바람까지
‘완전한 존재’였겠죠. 인간도 마찬 가지죠.아담과 이브도 그렇게
완전한 존재였겠죠. 그런데‘선악과’를 따먹는 순간 달라졌죠.
아담과 이브만‘불완전한 존재’가 되고 만 거죠.
죄를 아니까요. 이후 인류의 역사에서 인간은 계속‘불완전한 존재’
로 머물고 있죠. 나무도, 돌도, 바람도 하느님이 만드신
그대로인데‘인간’만 달라진 거죠. 주기도문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이다. 하늘은 어떤 곳일까요. 완전한 곳이겠죠.
그럼 땅은요. 불완전한 곳입니다. 그래서 하늘의 뜻을
땅에서도 이루어달라고 인간이 그토록 절절하게 기도를 하는 거겠죠.
그럼‘땅’은 어디일까요. 우리가 딛고 선 이 지구의 지층만
‘땅’일까요.육지와 바다로 된 이 세상만‘땅’일까요.‘땅'은 불완전한
공간, 불완전한 존재죠.그래서 저는‘인간’이 바로‘땅’이
아닐까 싶네요.그럼‘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에는
또 다른 의미가 담기죠.
인간의 몸은 약 80조 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다고 합니다.
그 세포 하나하나에‘선악과 의 흔적’이 남아 있죠.
나도 모르는 잠재의식의 그 밑바닥에 욕망과 집착의 뿌리가 남아 있죠.
그런‘땅끝’은 어디가 될까요.‘나’에게서 가장 멀리,
‘나’속에서 가장 깊이 숨어있는‘마지막 불완전함’이 바로 땅끝이겠죠.
그게‘나’라는‘땅’의 끝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다시 짚어봐야죠. 지구의 땅 끝뿐 아니라 태양계 너머,
아니 은하계 너머 이교도의 땅을 찾아가는 목숨 거는 선교를 한다 해도
‘내 안의 땅끝’에 닿지 못한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예수님은“내가 너희 안에 거하듯, 너희가 내 안에 거하라”고
하셨죠.‘내 안의 땅끝’에 복음이 흐르지 못한다면 결코
예수님 안에 거할 수도 없겠죠.
마태복음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내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내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16,19).’
산상설교에는 이런 구절도 있죠.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마태:5,5).’
예수님을 만나는 곳, 그건‘지구상의 땅끝’이 아니라
‘내안의 땅끝’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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