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가 을 / 김현승

윤소천 2024. 9. 4. 07:48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하고 깍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寶石)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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