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자 유 / 조병화

윤소천 2024. 9. 15. 02:09

 

 

공중을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진 새만이

자유를 살 수 있으려니

 

공중을 날며 스스로의 모이를 찾을 수 있는

눈을 가진 새만이

자유를 살 수 있으려니

   

그렇게 공중을 높이 날면서도

지상에 보일까 말까 숨어 있는 모이까지

찾아먹을 수 있는 생명을 가진 새만이

자유를 살 수 있으려니

   

아, 그렇게

스스로의 모이를 찾아다니면서

먹어서 되는 모이와

먹어서는 안 되는 모이를 알아차리는

민감한 지혜를 가진 새만이

자유를 살 수 있으려니

   

지상을 날아다니면서

내릴 자리와 내려서는 안 될 자리

머물 곳과 머물러서는 안 될 곳

있을 때와 있어서는 안 될 때를

가려서

떠나야 할 때 떠나는 새만이

자유를 살 수 있으려니

   

가볍게 먹는 새만이

높이 멀리 자유를 날으리.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 이외수  (0) 2024.09.20
달빛 기도 / 이해인  (0) 2024.09.16
가 을 / 김용택  (0) 2024.09.08
가 을 / 김현승  (0) 2024.09.04
감사와 행복 / 이해인  (2) 202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