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전 민 의 꿈
태양의 용광로가 엎질러 쏫아지는
밀림 속에다
김치돌만한 부시로
두꺼비손을 깨면서
생불을 지른다
충천하는 불길 !
삽시에 정글은 불바다다.
로스케나 양키같이
하늘로 치솟는 거목들과
기름 가마에 절은 胡人(호인)녀석의
아름드리 古木들과
지난 세월 狂氣의 의미도 모르는 채
남북의 군사가 집총을 하듯
빽빽이 늘어선 잡목들과
현실의 증오와 적개심으로
가시 돋친 덤불과
역사의 악순환으로 엉키고 설킨
因業의 칡덩굴들과
모든 권력의 숲과
모든 조직의 뿌리까지
그저 이세기의 死角一帶가
뇌성벽력을 내며
송두리째 뒤집히며 불타오른다.
이 無主公山을 지배하여
제 혼자만의 세상처럼 으르렁대던
호랑이 표범 같은 맹수들도
꽁지에 불을 달고 줄도망을 치며
진창 제 배만 불리던
곰 너구리 멧돼지 족속들은
참호같은 불구덩이에 통째로 빠지고
뱀 여우 늑대 삵괭이같이
간사한 무리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눈을 해번득이면서
살 구멍을 찿아 요리 뛰고 저리 뛰고
올빼미 박쥐같은 날도둑들과
정보망을 드린 거미들
옴두꺼비 땅두더쥐 쥐새끼같은
첩자와 정탐꾼들
세상 제멋대로 지껄여대던
소음의 새때들 둥주리까지
아니 더러는 무죄한 청개구리마저 탄다.
빠드러진다
질식의 매연 속을 뛰며
곤두박질하며 뒹군다
신음하고 포효(咆哮)하고 비명을 지른다
낭자한 피마저 타들어 간다
넘실거리는 불길의 파도!
타오르는 불길의 산악 속에서
이 강토와 겨레의
모든 주박(呪縛)이 스러지고
모든 속박이 풀린다
오오 타라 타오르라
한달도 석달도 타오르라
그리고 모든 것이 연기와 재로 사라진 뒤
피비린내 나는 음산마저 가시고 난 뒤
화장장의 고요와 산모(産母)의 해방감 속에서
출현하는 신 영토!
상흔을 아물리는 새 살처럼
강단된 남북을 합쳐 놓은 원야(原野)!
거기 노아의 방주(方舟)에서 갓 나온 듯한
사내와 계집들이
패랭이 고깔을 쓰고
징을 울리고 북을 두드리며
피리를 불고 꽹과리를 치며
나아 간다
땅을 판다
밭을 일군다
씨를 뿌린다
원혼(寃魂)과 선령(善靈)들의 귀기(鬼氣) 마저
불살라 버리고 난
이 크낙한 새 밭에
세기의 아침을 맞아
새로 모실 이는
오직 자주(自主)와 근로(勤勞)와
화락(和樂)의 삼위일체(三位一體)다.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는 법 / 나태주 (0) | 2019.08.05 |
|---|---|
| 큰 일 / 나태주 (0) | 2019.08.04 |
| 봄 길 / 정호승 (0) | 2019.07.23 |
| 신령한 새싹 / 구 상 (0) | 2019.07.16 |
| 침 묵 / 이해인 (0) | 2019.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