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신령한 새싹 / 구 상

윤소천 2019. 7. 16. 22:54

 

  

 

 

 

 

그다지 모질던 회오리바람이 자고

나의 안에는 신령한 새싹이 움텄다.

   

겨울 아카시아모양 메마른

앙상한 나의 오관(五官)에

이 어쩐 싱그러움이냐?

   

어둠으로 감싸여 있던 만물들이

저마다 총총한 별이 되어 반짝이고

그물코처럼 엉키고 설킨 사리(事理)들이

타래실처럼 술술 풀린다.

   

이제 나에게는 나고 스러지는 것이

하나도 가엾지가 않고

모두가 영원의 한 모습일 뿐이다.

   

때를 넘기면 배가 고프고

신경통으로 사지(四肢)가 쑤시기는

매한가지지만

   

나의 안에는 신령한 새싹이 움터

영원의 동산에다 피울

새 꽃을 마련하고 있다.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전민의 꿈 / 구상  (0) 2019.07.28
봄 길 / 정호승  (0) 2019.07.23
침 묵 / 이해인  (0) 2019.07.10
바 다 새 / 이해인  (0) 2019.07.06
행복해진다는 것 / 헤르만 헤세  (0) 2019.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