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모질던 회오리바람이 자고
나의 안에는 신령한 새싹이 움텄다.
겨울 아카시아모양 메마른
앙상한 나의 오관(五官)에
이 어쩐 싱그러움이냐?
어둠으로 감싸여 있던 만물들이
저마다 총총한 별이 되어 반짝이고
그물코처럼 엉키고 설킨 사리(事理)들이
타래실처럼 술술 풀린다.
이제 나에게는 나고 스러지는 것이
하나도 가엾지가 않고
모두가 영원의 한 모습일 뿐이다.
때를 넘기면 배가 고프고
신경통으로 사지(四肢)가 쑤시기는
매한가지지만
나의 안에는 신령한 새싹이 움터
영원의 동산에다 피울
새 꽃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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