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무대로 간 해수', 김옥애 지음, 강화경 그림, 청개구리, 2023년 7월 >
[문학뉴스=남미리 기자] 역사적 소재를 중심으로 창작을 해온
김옥애 작가의 신작 장편동화 『경무대로 간 해수』(청개구리)가 출간됐다.
초등학교 중·고학년 어린이들에게 문학의 향기를 일깨워주는
창작동화시리즈 ‘청개구리문고’의 44번째 작품으로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이야기로 엮었다.
이 동화는 1949년 8월 강진 앞바다에 나타난 붉은바다거북 ‘해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당시 포획된 바다거북은 몸길이가
약 1미터 30센티미터에 달하는 초대형이었다. 신문이 대서특필했고,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면서 관심거리가 되었다. 예부터 거북은
천년 넘게 사는 장수의 상징이자 복을 주는 존재로 믿어 왔다. 그러니
이 초대형 거북에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복을 빌었고, 거북을
보려고 멀리서 찾아오기도 했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거북을 경무대(당시 대통령 거주지)로 데려가려고 할 정도였다.
작가는 이 실화와 관련해 동물권 이야기를 끌어낸다. 지구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사람에게 인권이
있듯이 동물에게도 자신이 누려야 할 생을 마음껏 영위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동화에 등장하는 거북은 자신의 동물권을
무참히 짓밟히고 만 전형적인 사례라 하겠다. 인간들은 거북에게
‘신령스런 거북’ 곧 ‘신귀’라는 이름을 붙여놓고는 자신들의 부귀영화와
무병장수라는 소망을 투영시킨다. 복을 빈다는 구실로 거북의 등에
올라타 술을 먹이는가 하면 지푸라기를 태워 자신의 화(禍)를 정화하려
들기도 한다. 심지어는 거북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좁은 수족관에
가두고는 헛된 욕망의 희생물로 전락시키고 만다.
이 동화에서 또 하나 눈여겨보게 되는 것은 바다거북 해수를
역사적 존재로 등장시킨 시대 배경이다. 초대형 바다거북을 신귀라
믿었던 이승만 대통령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한국전쟁의
수난에서 4·19혁명까지, 그의 권력에 대한 집착과 부정은 결국 그에게
독이 되었고, 그 역사적 과정을 바다거북을 통해 되짚어보는 것이다.
또한 바다거북을 가장 잘 이해하고 도우려던 어장 주인집 손자 정상원은
아무도 모르게 풀어주고 싶었지만, 초대형 거북을 혼자 옮길 수 없어
포기하고 말았다. 결국 서울 경무대에서 나온 사람들이 거북을 데려가고,
세월이 한참 흐른 후 상원은 바다거북을 다시 만난다. 하지만
상원은 이미 주름살 가득한 할아버지가 됐고, 바다거북 해수 역시 박제가
된 지 오래였다. 상원은 바다거북을 보며 ‘그때 풀어주었어야 했는데 용기가
없었다’라며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이 눈물은 인간들이 바다거북에게
자행한 폭력에 대한 참회이자 거북에 대한 애도라 하겠다. 책 끝에는 대통령
집무실이었던 경무대, 즉 청와대의 역사를 부록으로 실어
어린이들의 역사 이해에 도움이 되게 했다.
김옥애 작가는 전남 강진읍에서 태어나 1975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과 197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작품으로 『들고양이 노이』 『별이 된 도깨비 누나』
『봉놋방 손님의 선물』 『추성관에서』 『할머니와 함께한 날』 『하늘』
『숨어 있는 것들』 등이 있으며, 제7회 여성주간 노랫말 공모
최우수작 당선, 한국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송순문학상 대상,
방정환문학상, 이주홍문학상 등을 받았다. 지금은 강진군 대구면
중저 바닷가에 있는 오두막 문학관과 광주를
오고 가면서 작품을 쓰고 있다.
그림/만화를 그린 강화경은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그린 책으로 『곰팡이 빵』 『우리 땅 독도를 지킨 안용복』
『선생님 얼굴 그리기』 『고양이네 미술관』 『나 집에 가야 해』
『열세 살 봉애』 『조국에 핀 도라지 꽃』 등이 있다. 광저우 한중일
현대미술전과 대한민국 한국화 페스티벌 등에 참여했다.
* 독서 후 *
오랜만에 감명 깊으면서, 단숨에 읽혀지기도
하는 좋은 작품을 만났다. "이 지구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소중함"과 "현대사의
중심이었던 경무대를 배경으로, 어두운 역사와
함께한 바다거북의 삶"이 자연스럽게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물질만능주의로 우리의
정서와 인간성이 메말라가는 이 시대에,
어린이들 보다 어른들이 모두 읽어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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