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커 피 / 오세영

윤소천 2023. 7. 28. 23:44

 

 

사랑한다고 쓸까

미워한다고 쓸까

채울 말이 없는

빈 원고지 앞에서

바르르 떠는 펜

바르르 떠는 손으로

한 잔의 커피를 든다

달지도 않다

쓰지도 않다

단맛과 쓴맛이

한가지로 어우러내는

그 향기

커피는 설탕을 적당히 쳐야만

제 맛이다

블랙커피는 싫다

커피 잔에 녹아드는 설탕처럼

이성의 그릇에 녹아드는 감성

그 원고지의 빈 칸 앞에서

밤에 홀로 커피를 드는 것은

나를 바라다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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