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절간 뒤에는 늙은 돌부처 하나 서있다
처음 돌 속에서 나왔을 때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남 돌부처였다
세상에 오래 살며 배고픈 비바람에게
귀도 떼어주고 입도 떼어주고
아들 못 난 아낙에게는 코도 떼어주다 보니
두리뭉실 흔적만 남았다
세상의 측은한 것들에게 몸 다 내어주고
적막한 절간 뒤에서
이제는 다시
돌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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