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바로 푸른 한울을 우러렀기에
발이 항시 검은 흙을 향하기 욕되지 않도다.
곡식알이 거꾸로 떨어져도 싹은 반듯이 위로!
어느 모양으로 심기어 졌더뇨? 이상스런 나무 나의 몸이여!
오오 알맞는 위치! 좋은 우아래!
아담의 슬픈 유산도 그대로 받었노라.
나의 작은 연륜으로 이스라엘의 이천년을 헤었노라.
나의 존재는 우주의 한낱 초조한 오점이었도다.
목마른 사슴이 샘을 찾어 입을 잠그듯이
이제 그리스도의 못 박히신 발의 성혈(聖血)에 이마를 적시며-
오오! 신약(新約)의 태양을 한아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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