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9월 / 오세영

윤소천 2020. 9. 22. 20:54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

코스모스 들길에서는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9월은 그렇게

삶과 죽음이 지나치는 달

코스모스 꽃잎에서는 항상

하늘 냄새가 난다

문득 고개를 들면

벌써 엷어지기 시작하는 햇살

태양은 황도에서 이미 기울었는데

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

사랑이 기다림에 앞서듯

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

코스모스 피어나듯 9월은

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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