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雪) 날
엉거주춤 붙어있는 나라 꼬리 장기곶
수리(修理) 중 문 닫은 등대박물관 옆 절벽 위에서
바람도 제대로 불지 않고
이리 불다 저리 불다
오징어 굽는 아줌마들의 눈만 쓰리게 하는
쓸쓸한 잿빛 바다를 한없이 만나보고
돌아오다 무심히 기림사에 들러
고요한 흥분 서린 황금빛 보살상을 만나보고
차 한대 마주 오지 않는 가파른 성황재를 마냥 오르다
잿빛 찬바람 속에 고개 들고 빛나는 황국 몇 송이.
눈 저리게 하는
아 살아있는 보살상들 !
얼은 눈물 조각은 아니겠지
꽃잎에 묻어있던
조그만 발광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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